英 동물병원비, 물가상승률 2배…"2천만원 청구에 결혼 미뤄"

반려동물 치료비 폭등 비상: 영국 경쟁당국, 처방전 가격 상한제 도입 강력 추진의 파장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치료를 위해 결혼 자금까지 끌어다 써야 할 지경에 이른 영국에서, 동물병원 비용의 천정부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당국이 강력한 규제 도입을 예고했습니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15일(현지시간), 동물병원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21개 잠정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 조치에는 가장 획기적인 방안으로 처방전 가격 상한제 도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약값을 비교하고 더 저렴한 온라인 약국을 이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기업형 병원 비용 폭등: 물가상승률의 두 배에 육박한 치료비

CMA의 사전 조사 결과는 영국 동물 수의학 서비스 시장의 심각한 가격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2016년부터 2023년 사이 평균 동물 치료 비용은 무려 63%나 급증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시장 규모가 63억 파운드(약 12조 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에서 가격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입증합니다. 특히 기업형 병원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이들 병원의 치료 비용이 개인 동물병원보다 평균 16.6% 높게 조사되어 규모의 경제가 가격 인하가 아닌 오히려 인상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비용 상승은 반려동물 가족에게 실질적인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BBC 보도에 따르면, 늘어나는 치료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반려동물의 치료를 포기하거나 심지어 안락사를 선택하는 비극적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혼식 계획을 보류하고 반려견 치료 비용으로 1만 2천 파운드(약 2천200만 원)를 지불해야 했던 니콜의 사례는 영국 내 반려동물 가족들이 직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영국 수의학 서비스 시장 불공정 거래 현황

• 2016-2023년 평균 치료비 인상률: 63% (평균 물가상승률의 약 2배)
• 기업형 병원의 평균 치료비: 개인 병원 대비 16.6% 높음
• 처방약 가격: 병원 내 판매가가 온라인 가격의 약 2배에 육박
• 시장 규모: 63억 파운드 (약 12조 원)

처방전 상한제와 가격 공표: 소비자 권리 확대를 위한 21가지 잠정 조치

CMA가 제시한 21개의 잠정 조치는 수의약 업계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핵심은 처방전 가격 상한제 도입입니다. 이는 병원이 흔히 처방하는 약품을 온라인보다 2배 가까이 비싸게 파는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한 조치입니다. 더불어 기업형 동물병원에는 의무적으로 포괄적 가격 목록을 공표하도록 하였으며, 소비자가 치료 옵션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서면 견적서를 제시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병원이 체인점인지 개인 병원인지 여부를 명확히 공지하도록 하여, 소비자가 병원 선택의 기준을 제공받도록 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소비자 권리 확대는 온라인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약을 구매할 수 있는 경우, 소비자에게 이 사실을 의무적으로 알려야 할 법적 의무가 부여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잠정 조치들은 수의약 업계의 구조적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경쟁을 촉진하여 결국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을 가집니다.

반려동물은 사치재인가? 비극적 선택을 막기 위한 사회적 논의

동물병원 비용 폭등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현대 사회에서 윤리적 딜레마를 던집니다. 수의사 내털리 모리스 웹의 지적처럼 반려동물이 '결국엔 사치재'일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과, 고액의 치료비 앞에서 안락사를 고민해야 하는 가족들의 비극적 상황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장 경제의 문제가 아닌, 반려동물 복지와 생명 존중에 대한 사회 전반의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CMA의 잠정 조치가 업계의 협의를 거쳐 내년 3월 최종 결정으로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이러한 강력한 규제가 수의약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규제가 실제로 가격 안정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병원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번 CMA의 조치가 영국 내 반려동물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투명하고 공정한 수의학 서비스 시장을 만드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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