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대한민국 군대를 뒤흔들었던 선임병들의 구타 및 가혹행위로 인한 고(故) 윤승주 일병의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국가는 마침내 배상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육군 제5군단 지구배상심의회는 지난달 29일 윤일병 유족의 배상 신청에 대해 2천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국가배상결정서를 공개했습니다. 이는 전사·순직한 군인·경찰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개정 국가배상법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데 따른 최초의 실질적인 조치 중 하나입니다.
국가배상결정서에 따르면, 군은 윤일병의 순직에 대해 국가의 배상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판단하고, 고인의 부모와 형제에게 총 2천500만 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도록 명시했습니다. 이 결정은 오랜 기간 군대 내 인권 문제와 싸워온 유족들의 고통에 대한 법적인 인정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 결정서가 공개된 후, 유족 측은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재심을 신청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넘어선 국가의 진정성 있는 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입니다.
유족 측은 이날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군의 배상 결정에 담긴 태도를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그들의 지적은 배상금의 규모보다는 결정서에 담긴 내용의 무책임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유족 측은 "국가배상결정서는 사고내용을 '군복무 중 순직함'이라고 단 일곱 글자로만 기재했을 뿐, 사과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일곱 글자의 건조한 문구는 선임병들의 잔혹한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해 한 젊은이가 겪어야 했던 끔찍한 고통과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단순한 공무상 사고로 축소하려는 듯한 태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윤일병 사망 사건의 주범인 선임병 이씨가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40년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공범들 역시 상해치사죄로 징역 5~7년씩을 확정받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군이 내린 '군복무 중 순직함'이라는 표현은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무책임한 기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유족 측 입장문 발췌: "국가배상결정서는 사고내용을 '군복무 중 순직함'이라고만 단 일곱 글자로 기재했을 뿐, 사과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올바른 결정 이유와 그에 합당한 위자료를 받기 위해 재심을 신청할 것입니다."
유족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위자료 액수의 증액이 아닌, 국가배상결정서에 사건의 진상과 국가의 책임이 명확하고 진정성 있게 명시되는 것입니다. 그들은 "올바른 결정 이유와 그에 합당한 위자료"를 받기 위해 재심을 신청할 것이라고 천명하며, 진정한 정의 실현을 위한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번 국가배상결정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국가배상법의 실질적인 적용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집니다. 개정법은 군인, 경찰 등이 전사하거나 순직했을 때, 국가의 배상책임을 명확히 하고 유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국가 유공자 및 그 유족의 권리를 한층 강화했습니다. 윤일병 사건은 이 법이 구체적인 피해 사례에 적용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근거 마련과 별개로, 군의 대응 태도가 유족의 정서적 요구와 정의 실현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은 군 사망 사건 처리의 지속되는 과제를 드러냅니다. 육군 측은 "위자료는 국방부에서 지급할 예정"이라며, "유족이 재심 청구를 할 경우 국방부에서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행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유족이 원하는 것은 행정 절차를 넘어선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담긴 명예 회복입니다.
고 윤승주 일병의 사망 사건은 대한민국 군대 내의 어두운 그림자를 수면 위로 드러냈던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었지만, 위자료 액수와 결정서의 건조한 문구는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유족이 재심 청구를 선언한 것은 돈의 문제가 아닌 명예와 진실의 문제라는 점을 국가가 깊이 헤아려야 합니다.
앞으로 국방부가 유족의 재심 청구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법적인 배상을 넘어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 기관으로서의 책임 있는 자세와 진심 어린 사과를 표명할 수 있을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윤일병의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재심 절차가 군 인권 개선과 국가의 책임 의식 강화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발걸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