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전사자 보훈' 정치: 우크라이나 파병 희생자들 향한 김정은의 눈물, 그 숨은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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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막: 연이은 보훈 행사, 민심 달래기 총력전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했다가 사망한 장병들의 유가족을 위로하는 대대적인 보훈 행사를 연달아 개최하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주 '추모의 벽'을 공개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 목란관에 유가족들을 초청해 두 번째 국가표창 수여식을 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직접 유가족을 만나 전사자들의 초상을 전달하고,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보이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행사는 북한이 대규모 사상자 발생에 따른 군 내부의 사기 저하와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
김정은, 유가족에게 직접 전한 '영웅'의 초상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 '제2차 국가표창 수여식'은 평양 목란관에서 성대하게 치러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인공기로 감싼 전사자 초상 242개를 유가족들에게 일일이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이들에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웅 칭호'와 함께 금별메달, 국기훈장 제1급이 수여되었습니다.
특히 북한의 최고급 국빈용 연회장인 목란관을 행사장으로 택하고, 김 위원장이 유가족을 만날 때마다 깊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이례적으로, 체제 선전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눈물'과 '약속': "자녀들 잘 키우겠다"
김 위원장은 "귀중한 그들의 생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안고 유가족들 모두에게 다시 한번 속죄한다"고 말하며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이는 대규모 희생에 대한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그들을 '영웅'으로 추켜세워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가장 파격적인 약속은 전사자들이 남긴 자녀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키우겠다는 것입니다. 그는 "영웅들이 남기고 간 자녀들을 혁명학원들에 보내 내가, 국가가, 우리 군대가 전적으로 맡아 책임적으로 잘 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혁명학원'은 당 간부 후보를 양성하는 특수 교육기관으로, 전사자 유자녀에게는 최고의 특혜입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평양에 전사자들을 위한 '새별거리'를 조성하고, 유해를 안치할 명당자리를 마련해 '불멸의 전투위훈 기념비'를 세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희생자들의 위훈을 영구히 기리고, 유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대규모 사상자, 북한 내부의 민심 이반 차단용?
국가정보원은 지난 4월 국회에 북한군 피해가 전사자 600명을 포함해 총 4,700명에 달한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막대한 인명 피해는 북한 내부의 군 사기 저하와 주민들의 불만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전사자 초상화는 242개로, 지난 1차 행사 당시의 101개를 합하면 총 343명의 전사자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셈입니다. 이는 국정원의 파악 수치와 유사하며, 아직 포상하지 못한 전사자들이 더 있는 만큼 조만간 3차 수여식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대규모 보훈 행사를 연이어 개최하는 것은 대외적인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희생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민심의 동요를 막으려는 긴급한 시도로 보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전사자의 사진을 안고 오열하는 모습이나, 김 위원장이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가감 없이 보도된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푸틴과의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에 '희생' 강조
북한의 이번 보훈 행사는 국제 정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양자 회담이 9월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을 계기로 논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번 행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신들이 치른 '피의 희생'을 러시아에 강조함으로써, 상응하는 외교적·경제적 보상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군수품 지원에 대한 대가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식량이나 기술 등을 지원받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눈물과 약속은 단순히 국내용 선전을 넘어, 국제 외교 무대에서 북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교묘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