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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아'의 끈기와 '스팸'으로 오인된 전화: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3인의 집념 어린 연구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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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사카구치 시몬(74·일본), 메리 E. 브렁코(64·미국), 프레드 램즈델(65·미국) 세 명의 과학자는 인류의 질병 극복에 기여한 '조절 T세포'의 비밀을 밝혀내며 면역 연구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이들은 소속과 국적은 달랐지만, 상호 보완적인 연구를 통해 면역체계의 경비병으로 불리는 이 세포의 존재와 제어 유전자를 규명하는 결정적인 연결고리를 완성했습니다. 특히 사카구치 교수는 한때 '이단아' 취급을 받았음에도 지식의 탐구를 관철한 집념의 과학자로, 브렁코는 노벨 위원회의 전화를 '스팸'으로 오인할 만큼 수상을 예상치 못했던 겸손함으로 조명되며 그들의 연구 여정이 더욱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1. 노벨상으로 이어진 '조절 T세포'의 비밀 규명
세 명의 수상자가 공동으로 이뤄낸 핵심적인 성과는 인간 면역체계의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s)'에 대한 이해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조절 T세포는 면역 반응을 억제하여 면역계가 자신의 신체를 공격하는 것, 즉 자가면역 질환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들의 연구는 세 단계의 결정적 발견으로 요약됩니다. 사카구치 교수가 1995년 이 세포의 존재를 규명했고, 2001년 브렁코와 램즈델이 이 세포를 제어하는 유전자 'FOXP3'를 발견했습니다. 마침내 2년 뒤인 2003년 사카구치 교수가 자신의 연구와 브렁코·램즈델의 연구를 엮어 FOXP3가 조절 T세포의 분화와 기능을 통제한다는 결정적 연결고리를 제시하며 퍼즐을 완성했습니다.
2. 사카구치 시몬: '주류를 벗어난 이단아'의 끈질긴 탐구
일본 오사카대 명예교수인 사카구치 시몬 교수는 교토대 의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일본의 면역학 대가입니다. 하지만 그의 연구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젊은 시절 열정적으로 논문을 발표했음에도, 그의 성과는 당시 주류 면역학계와 내용이 달라 '성과가 틀렸다'는 의심과 비판을 받으며 '학계의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는 그의 생애를 "학계의 주류에서 벗어나 고생을 경험하면서도 자신의 본분인 '지식의 탐구'를 관철해 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의 제자에 따르면 사카구치 교수는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연구자의 본분은 지식의 탐구라고 강조하며 항상 높은 수준의 연구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끈질긴 탐구 정신 덕분에 그의 연구는 2000년대부터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관절 류머티즘, 1형 당뇨병 등 자가 면역 질환 치료법과 항암제 효과를 높이는 신약 개발에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3. 메리 E. 브렁코: 노벨위 전화를 '스팸'으로 오인한 겸손한 대가
공동 수상자인 메리 E. 브렁코는 프린스턴대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워싱턴주 시애틀 지역에서 주로 활동해온 과학자입니다. 그녀는 2001년 FOXP3 유전자를 발견한 논문의 공저자일 뿐 아니라, 뼈 형성을 억제하는 단백질 스클레로스틴 관련 연구 성과로도 주목을 받은 바 있는 다재다능한 연구자입니다.
브렁코는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선정 통보 전화를 '무시'했을 정도로 수상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 전화기가 울렸고 스웨덴에서 온 번호가 찍힌 것을 보고 '이건 그저 일종의 스팸 전화일 거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남편 역시 수상 소식을 전했을 때 아내가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반응했다고 전해, 브렁코의 겸손하고 소탈한 성품을 엿볼 수 있게 했습니다.
4. 프레드 램즈델: 다발성관절염 연구의 선구자이자 공동 수상의 여정
또 다른 미국인 공동 수상자인 프레드 램즈델은 UCLA에서 면역학 박사학위를 받고 국립보건연구소, 생명공학 회사 등을 거쳐 2016년부터 샌프란시스코의 '파커 암 면역치료연구소'의 연구 책임자로 재직해왔습니다. 그는 면역학 연구를 학계와 산업계 모두에서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램즈델 교수는 이미 2017년에 다발성관절염 연구로 스웨덴 왕립 과학원 주관의 저명한 기초과학 상인 크라포르드상을 사카구치 교수와 함께 공동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는 두 과학자의 연구가 자가면역 질환 분야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었음을 증명하며, 이번 노벨상 수상의 예비 단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공동 연구의 시너지: 면역학 역사를 바꾼 'FOXP3'의 연결고리
세 과학자가 각기 다른 배경과 연구 환경 속에서 이루어낸 개별적인 성과가 FOXP3 유전자라는 결정적인 연결고리로 묶이면서 면역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사카구치의 세포 존재 규명이 바탕이 되었고, 브렁코와 램즈델의 유전자 발견이 핵심 제어 메커니즘을 밝혀냈으며, 다시 사카구치가 이를 기능적 통제 기전으로 완성했습니다.
이들의 발견은 자가면역 질환뿐만 아니라, 면역 기능을 조절하여 암세포를 공격하게 유도하는 항암 면역 요법 개발에도 근본적인 통찰을 제공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와 기관에서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한 지식의 축적과 상호 작용이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최고의 과학적 성취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