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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범죄의 어둠 속에 갇힌 영혼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감금 실태와 재외국민 보호체계 강화의 절박성
목차: 비극적인 감금과 극적인 구출, 그리고 남겨진 숙제
고수익의 유혹이 빚은 참극: 취업 사기와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실체
절박한 구직자들의 희망을 미끼로 삼는 악랄한 범죄가 국제적인 인신매매의 형태로 자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한국 국적의 남성 A씨와 B씨의 사례는, 동남아시아에 만연한 취업 사기와 그 배후에 숨겨진 인권 유린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A씨는 당시 IT 관련 업무를 하면 월 800만원에서 1,500만원의 고수익을 보장하고, 1인 1실 호텔 숙소와 식사를 제공한다는 온라인 구인 글에 현혹되어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처음에는 고수익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지만, 비행기 티켓까지 끊어주는 친절함에 '혹시 아니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떠난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도착한 곳은 꿈의 직장이 아닌 지옥의 입구였습니다. 회사의 실체는 공무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을 조직적으로 자행하는 범죄단지(웬치)였습니다. 이들은 A씨의 선량한 희망을 악용하여, 그를 사이버 범죄의 도구로 전락시키려 했습니다. A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회사라고 듣고 온 것이 아니니 일을 할 수 없다고 단호히 거부했으나, 돌아온 것은 협박과 끔찍한 폭력의 예고였습니다. 이는 합법적인 취업을 가장하여 피해자를 유인한 뒤, 현지에서 강제로 범죄에 가담시키는 현대판 인신매매의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강요된 범죄와 거부의 대가: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의 폭력
A씨의 결연한 거부는 조직의 잔혹한 보복을 불러왔습니다. A씨는 "조선족이 전기충격기를 들고 와 대본을 주며 '하지 않으면 매일같이 고문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그 참혹했던 순간을 회고했습니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맞서 말다툼을 했으나, 그 대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가혹한 폭행이었습니다. 조직원들은 A씨를 포이펫의 또 다른 범죄단지로 끌고 가 100여 일간 상상할 수 없는 폭행을 가했습니다.
그가 겪은 고문은 그야말로 잔인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빼앗긴 그는 수갑을 찬 채로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 등으로 무자비하게 구타당했습니다. 이들은 A씨가 기절하면 얼굴에 물을 뿌리고 다시 전기 충격을 가해 정신을 차리게 한 뒤 폭행을 이어가는 등, 인간으로서 행할 수 있는 최악의 야만적인 행위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고문은 단순히 복종을 강요하는 것을 넘어, 피해자의 정신과 육체를 완전히 파괴하여 범죄에 대한 저항 의지를 말살시키려는 악마적 행태였습니다. 이들은 억압과 공포를 통해 한국인들을 현대판 노예처럼 부리며, 이들을 이용해 또 다른 한국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잔인한 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탈출의 좌절과 거점 이전: 160여 일간 이어진 감금의 고통
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던 중, A씨와 같은 방을 쓰던 B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외부로 구조 요청을 보내면서 한 차례 탈출의 기회가 찾아오는 듯했습니다. 실제로 현지 경찰이 범죄단지에 찾아왔으나, 안타깝게도 신고 사실이 발각되어 탈출은 무산되었고, 두 사람은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위치가 발각되었다고 판단한 중국인 관리자는 두 사람에게 머리에 봉지를 씌운 채 차량 트렁크에 넣어 시아누크빌의 또 다른 거점으로 보내는 비인간적인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시아누크빌에서도 감금 생활은 계속되었습니다. 이들은 일할 때는 발목에,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침대에 수갑으로 묶인 채 생활해야 했습니다. 조직은 강제로 범죄에 가담시키기 위해 "매출 10억원을 달성하면 돌려보내 주겠다"는 기만적인 회유를 이어갔습니다. 동시에, "한 번 더 신고하면 파묻어 버리겠다", "소각장에서 태우겠다", "현지 경찰에 작업이 돼 있으니 (신고하면) 죽이겠다"는 중국인 관리자의 끔찍한 위협이 뒤따랐습니다. 이처럼 육체적 고문뿐만 아니라 정신적 공포까지 극대화하여 피해자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이들의 수법은, 이들이 얼마나 치밀하고 잔인한 조직인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극적인 구출의 순간: 국회의원실의 도움과 '골든타임' 확보
암흑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습니다. A씨의 기지와 외부의 끈질긴 노력이 결합되어 마침내 극적인 구출이 이루어졌습니다. A씨가 결사적인 구조 요청을 보낸 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이 움직였습니다. 박 의원실은 지난달 초 B씨 어머니로부터 "우리 아들을 꼭 살려달라"는 애타는 요청을 받은 뒤, 외교부, 영사관 등과 긴밀히 소통하며 두 사람의 구조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현지 경찰이 두 사람이 감금되어 있던 호텔에 찾아왔고, 이들을 감시하던 중국인과 조선족 관리자들에게 수갑을 채움으로써 160여 일간 이어지던 길고 길었던 감금 생활은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A씨와 B씨의 구조는 국회와 외교 당국의 협력적 대응이 만들어낸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이들은 구조된 뒤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으며 귀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찬대 의원은 이들의 구출에 대해 "저희는 의원님 등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운이 좋아 구조가 된 것"이라고 말하며, 이 성공이 예외적인 일이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들의 극적인 귀환은 해외에서 범죄에 노출된 재외국민 보호에 있어 정치권의 역할과 신속한 공관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습니다.
빙산의 일각: 330건의 신고와 구조를 기다리는 또 다른 한국인들
A씨와 B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A씨는 자신이 갇혀있을 당시 바로 옆 방에도 한국인 3명이 있었다며, 아직도 많은 한국인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박찬대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합니다.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 후 감금을 당했다며 공관에 신고한 사례는 무려 330건에 이릅니다. 이는 단지 신고된 건수일 뿐, 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을 잠재적인 피해자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피해 사례가 폭증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재외공관의 인력과 예산은 피해 규모에 비해 극도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330건이라는 심각한 수치는 우리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 체계가 현재 직면한 구조적인 한계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박 의원은 "저희는 운이 좋아 구조가 된 것이고 다른 한국인들은 아직도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이 비극적인 현실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둠 속에 갇혀 쇠파이프와 전기충격기의 위협 속에 떨고 있을 우리 국민들을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보호가 절실합니다.
시스템 개선의 절박성: 영사조력법 개정안의 의미와 필요성
이번 사건은 현행 재외국민 보호 체계의 결함을 명확히 드러냈으며, 이에 대한 시스템적인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합니다. 박찬대 의원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영사조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재외국민 사건·사고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 및 평가를 진행하고, 특히 실종 신고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 발생 후 수동적인 대응에 그치지 않고,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박 의원은 "지금도 구조를 기다리는 우리 국민과 한국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면서, 국무조정실, 외교부 등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업무 협조를 통해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구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골든타임'의 확보는 단지 개인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사이버 인신매매라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 범죄에 맞서기 위해서는, 낡은 법과 시스템을 과감하게 혁신하여 재외국민 보호의 방벽을 더욱 견고히 구축해야 할 절대적인 의무가 우리에게 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