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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까지 침투한 '유령 선단'… 국제 제재망 비웃는 검은 원유의 항해
[보도 핵심 내용 요약]
국제 사회의 제재를 피해 석유를 밀거래하는 '유령 선단(Ghost Fleet)'이 제주해협과 동해 등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달 초 중국 선박 '준통호'가 동해상에서 러시아 선박으로부터 70만 배럴의 원유를 환적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470척 이상이 활동 중인 이들은 GPS 조작과 선박명 세탁 등 교묘한 수법으로 감시망을 피하고 있어, 미군이 최근 나포 작전에 나서는 등 국제적인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암흑 선단(Dark Fleet)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가 강화되자, 이를 우회하여 자금을 확보하려는 국가들이 유령 선단을 이용해 그림자 거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주변 해역이 이들의 주요 환적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안보 환경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 제주와 동해를 잇는 밀수 경로: 준통호의 은밀한 환적
이달 초, 중국 옌타이를 출발한 유조선 준통(Jun Tong)호의 행적은 유령 선단의 전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준통호는 제주해협을 통과해 동해로 진입한 뒤, 러시아-북한 접경지 부근에서 러시아 선박 '카피탄 코스티체프호'와 접선하여 막대한 양의 원유를 옮겨 실었습니다. 우리 영해 인근에서 국제 제재 대상인 러시아산 원유가 공공연하게 거래된 것입니다.
2. 최첨단 기만 전술: GPS 위조와 신호 복제
유령 선단은 위성항법장치(GPS) 좌표를 조작하여 실제 위치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것처럼 속입니다. 또한 타 선박의 신호를 복제해 가짜 선박을 만들어내거나, 선체에 가짜 국기를 그려 넣는 등 영화에서나 볼 법한 기만술을 동원합니다. 이번에 적발된 준통호 역시 짧은 기간 동안 수차례 이름을 바꾸고 국적을 몰타, 마셜제도 등으로 세탁하며 감시망을 교란해 왔습니다.
3. 급증하는 규모와 위험성: 전 세계 유통량의 7% 육박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유령 선단은 1,470척을 넘어섰으며, 이들이 지난해 실어 나른 석유는 무려 37억 배럴에 달합니다. 이는 전 세계 유통량의 약 6~7%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문제는 이들 선박 대부분이 노후화되어 사고 위험이 크지만, 정상적인 보험 가입이 되어 있지 않아 해양 사고 발생 시 막대한 환경 재앙과 경제적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4. 편의치적 제도의 악용: 아프리카·중남미 소국들의 ‘세일즈’
유령 선단은 규제가 느슨하고 수수료가 낮은 파나마, 카메룬, 시에라리온 등 이른바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 국가들에 선적을 등록합니다. 제재 대상국인 러시아나 이란은 이들 국가의 국기를 빌려 달고 '정상적인 선박'으로 위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선적국들은 등록 수수료 수익을 챙기고, 선주들은 느슨한 검사를 틈타 불법 거래를 지속하는 공생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5. 미국의 강경 대응과 에너지 안보 압박
미군은 최근 카리브해와 북대서양 등지에서 유령 선단을 잇달아 나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는 베네수엘라, 이란, 러시아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동시에, 이들로부터 석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을 압박하려는 다목적 포석입니다. 유령 선단 나포 작전은 단순한 밀수 단속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패권과 제재의 실효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전선 전투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