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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사기 목적의 혼인신고는 무효"… 법원, 친족상도례 방어권 불인정 및 실형 선고
1. 고학벌 자산가 행세와 치밀한 기망 행위
피고인 A씨는 피해자가 운영하는 주점을 수차례 방문하며 자신을 유명 대학 졸업자이자 대기업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로 포장했습니다. 그는 "아파트를 현금으로 매수했다", "모텔을 인수할 계획이다"라며 피해자의 신뢰를 얻었으나, 실상은 사기 전과로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A씨는 피해자에게 이성적 호감을 얻는 것을 넘어,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이력을 거짓으로 조작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2. 사기 범행의 수단으로 전락한 혼인신고
A씨의 범행은 피해자가 차용증을 요구하면서 더욱 대담해졌습니다. 그는 도주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며 혼인신고를 제안했고, 실제로 서류상 부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정상적인 부부 결합 의사로 보지 않았습니다. 혼인신고 후 불과 2개월 만에 2억 원을 포함해 총 4억 6천만 원을 가로챈 점,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은 물론 실질적인 공동생활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 근거가 되었습니다. 즉, 혼인신고는 범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위장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3. 친족상도례 규정 악용 시도와 법원의 기각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형법상 친족상도례(가족 간 재산 범죄 처벌 면제) 규정을 방패막이로 삼았습니다. 그는 혼인신고를 한 법률상 부부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이를 기각했습니다. 혼인이 무효인 경우에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결정 시점과 상관없이, 근본적으로 혼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4. 피해자의 정신적·재산적 고통과 사법적 단죄
재판부는 피해자가 입은 막대한 재산 피해뿐만 아니라, 사기 결혼으로 인해 혼인 무효 소송 등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정신적 상처를 무겁게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A씨는 범행 발각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욕설과 조롱을 일삼았으며, 법정에서도 반성하는 기색 없이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춘천지법 형사2부는 이러한 정황을 종합하여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의 실형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5. 법치주의 확립과 사기 결혼에 대한 경종
이번 판결은 법률적 제도인 혼인신고를 범죄의 수단이나 처벌 회피의 도구로 악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사법부가 내린 엄중한 경고입니다. 실질적인 부부 공동생활의 의사 없이 오로지 금품 편취를 목적으로 한 혼인은 사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 다시금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향후 유사한 혼인 빙자 사기 사건에서 가해자가 친족상도례를 통해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행태에 중요한 제동을 걸 것으로 보입니다.